설렁탕과 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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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에 관련된 이야기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입니다. 그런데 더러 이 소설 속의 김 첨지를 생각할 때 ‘아픈 부인을 호강시켜 주려고 동분서주하는 남편’으로 기억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하지만 설렁탕이 귀한 음식이었다면 소설의 맛이 훨씬 덜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그 별거 아닌 밥 한 끼조차 엄두를 못 내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야겠지요. 실제로 일제 시대에 설렁탕은 서울에서는 흔하디 흔한 음식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가격이 제법 올랐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뭔가 이름을 달리 해서 고급스럽게 보일 필요가 있나 봅니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이름이 ‘곰탕’입니다. 애초 설렁탕의 한자 표기인 ‘공탕(空湯)’에서 왔다고도 하고, ‘푹 고아서 만들었다’는 뜻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니 곰탕과 설렁탕은 사실 물에 소를 넣고 끓인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고, 다만 음식의 ‘격’만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설렁탕과 곰탕을 분명히 구별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즉, 곰탕은 소의 고기와 내장을 넣어서 끓인 것이며 설렁탕은 고기와 내장 외에 뼈도 넣어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따라서 설렁탕의 국물이 좀더 뽀얗다고도 합니다. 설렁탕은 소금으로 간을 하고 곰탕은 진간장으로 간을 하는 것이 다르다고도 합니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설렁탕과 곰탕의 구별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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